소설가 이청준의 글을 읽다 보면 매우 인상적인 그림들이 눈에 들어오는데, 바로 한국화가 김선두의 작품이다. 날카로운 지성과 온유한 정서, 근원적인 삶의 아름다움을 담아 글을 써 온 소설가 이청준과 전통 장지기법을 통해 한국화의 새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화가 김선두는 30여 년 전 저자와 표지 작가로 만나 백여 점 넘게 책 작업을 해왔다.
특히 이청준 소설가가 작고하기 1년 전인 2007년, 이청준 문학전집 표지그림이 同鄕의 후배인 화가 김선두에게 맡겨졌고, 그는 그 후 10여 년 동안 전집의 표지화 34점을 모두 그려냈다. 흔히 문학과 미술의 만남에서는 그림이 글의 이해를 돕는 삽화 차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은데, 그동안 이 두 예술가의 작업은 글 혼과 그림 혼이 만나는 대화와 축제의 자리임을 보여주었다.
이번 흰물결갤러리 ‘김선두 화가의 이청준 전집 표지화전’ 전시회에서는 김선두 화가가 옅은 색의 채색을 30~40번 이상 겹쳐서 표현하는 전통 장지기법으로 그린 <서편제> <선학동 나그네> <해변 아리랑> <눈길> 등 이청준 문학전집 표지화 34점과 책 속의 관련 작품 등 총 60여 점을 선보인다. 관람객들은 그의 그림을 관람하며 故 이청준과 김선두 두 예술가의 삶과 사람에 대한 깊은 사랑을, 문학과 그림의 행복한 동행을 만나는 뜻깊은 전시가 될 것이다.